르와르 강을 따라 있는 고성 가운데 샹보르 성(chateau de Chambord)은 그 남성적인 힘과 웅장함으로 유명하다. 이 성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성의 중심에 위치한 그랑 에스칼리에(le grand escalier)이다. 이 특별한 계단을 중심으로 이 성이 지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성을 설계했다고 추정되는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학부에서 건축을 전공한 두바이 신 목사님과 이곳을 방문하면서 내부를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게 되었다. 내게 가장 인상적이면서 좋은 교훈을 준 것은 역시 그랑 에스칼리에다. 이 계단은 위로 올라가는 계단과 아래로 내려오는 계단이 동시에 존재하면서 서로 만나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서로 출발과 방향이 달라도 서로 부딪히지 않으면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신비로웠다.

       어떻게 한 공간에서 이런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우리가 나름대로 발견한 것은 이것이다. 두 계단 사이에 공통으로 확보한 빈 공간이 충분했다는 것이었다. 서로 다른 두 계단 사이에 서로 침범하지 않고 남겨 놓은 공동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 이것이 이 계단의 비밀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출발과 방향과 도착지점이 서로 다르면서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인생과 가정과 교회생활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서로 다른 품성과 재능을 가지고 각 사람의 고유한 목표를 향해서 살아간다. 한 사람도 같은 사람은 없다. 완전히 다양하다. 그러면서도 이런 다양성 속에서 일치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 그것이 가정이고, 사회이고, 교회이다. 이것이 공동체이다. 그런데 혼자 사는 것보다 공동체를 살아내는 것은 더 어렵다는 것이다. 부딪치기 때문이다.

       서로 침범하지 않는 공통의 공간을 확보해 두면 어떨까? 나와 너 사이에! 그것을 존중하면서 살면 아름답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살 수 있지 않을까!

여러분을 섬기는 종 성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