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남이다. 장남의 마음에는 늘 무거운 짐이 있다. 집안을 책임지고 부모를 봉양하고 형제들을 돌보아야 한다는 짐이 있다. 그것을 실천 할 수 없을 때는 그 짐이 더욱 무겁다. 장남은 늘 부자유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산다.
이런 장남의 정신은 신앙생활에도 연결된다. 이것이 장남의 영성이다. 장남의 영성은 항상 하나님을 위해서 뭔가를 하려는 마음으로 살게 된다. 그렇다고 꼭 그렇게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 부담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장남의 영성은 하나님을 위해서 희생해야만 하나님이 만족하시고 기뻐하실 것이라는 의식이다. 희생해야만 하나님이 기뻐하실 것이고 만족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하나님께 담대하게 구하고 요청하는 일에는 소극적이다. 하나님은 무한한 능력이 있으시고 풍성하신데 요청하면서도 죄송스러워한다.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하늘 아버지는 나에게 자유를 주셨으나 나는 충분히 자유하지 못하다.
그런데 장남인 내가 막내아들을 키우면서 막내의 정신세계를 본다. 한마디로 막내는 다르다는 것이다. 막내는 자유하다. 필요한 것은 거리낌 없이 요청하고 반드시 얻어낸다. 막내는 뻔뻔할 정도로 당당하다. 미안한 마음이 없이 태어난 것 같다. 항상 당당하고 당연히 당당하다. 그런데 그것이 밉지 않다. 그 뻔뻔함이 당당함으로 보이고, 고집부리는 것도 앞으로 뭔가를 이루게 될 녀석이라는 기대를 일으킨다.
어떤 선배 목사님이 나에게 “장남은 죽고 막내가 살아야 한다.”고 해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하늘 아버지께는 유일한 장남이 계시다. 그가 바로 예수님이시다. 그의 형제가 된 우리는 모두 하늘 아버지 앞에서 막내일 뿐이다.
그 장남께서 우리의 모든 죄와 연약함과 인생의 짐을 짊어지시고 죽으셨다. 우리는 우리 큰 형님의 그늘 아래서 그의 덕을 보면서 사는 사람들이다. 그것을 잘 누리는 우리를 보시면서 하늘 아버지는 기뻐하실 것이다.
이제 막내의 영성을 회복해야겠다.
여러분을 섬기는 종 성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