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표단과 함께 WCC 주말 프로그램을 위해서 부산에서 올라왔다. 계속적인 일정으로 몸이 극도로 피곤하여 저녁 리셉션을 포기하고 숙소인 크리스천 아카데미 하우스에 쉬려고 하는데, 오랜 친구인 꼴배 신부로부터 대학로에서 만나자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알던 친구다. 나는 보수적인 신앙을 가졌고, 그는 매우 진보적이었다. 80년대 역사가 소용돌이치던 시대에 그와 나는 기독교인의 사회참여의 방식을 놓고 자주 격론을 벌이곤 했다. 결국 내가 군대에 간 사이에 그 친구는 감옥에 갔고, 학교에서 퇴학을 당했고, 모교로 돌아오지 못하고 가톨릭교회 예수회의 신부가 되었다.
우리는 1999년에 프랑스에서 다시 만났다. 나는 프랑스에 선교사로 나왔고, 그는 예수회의 수사가 되어 유학을 나온 것이다. 7년 정도를 자주 만나며 서로를 격려하고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누는 복된 시간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예수회 사제 서품을 받아 신부가 되었고, 그의 신학과 신념을 따라서 정의구현 사제단에 들어가 활동하며 서강대 교목 실에서 사역하고 있다.
서로 다른 길에서 서로 다른 신학과 서로 다른 신념과 이념을 가진 꼴배와 나는 늘 즐겁게 만나고 따뜻한 마음으로 헤어진다. 나는 그 친구가 가는 길을 응원하고 그는 나의 길을 축복한다.
식사를 하며 내가 힘들어 하던 시절의 파리 생활이 생각난다고 말하던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 눈물은 하나님 나라와 우리 민족을 위해서 흘려야 하는 눈물인데 친구의 사소한 일로 인해서 그 귀한 눈물을 흘리다니!! 미안하고 고마웠다.
내가 물었다. “자네와 나는 전혀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이거늘 무엇이 우리를 친구로 계속 만나게 할까?” 그가 대답했다. “그것은 자네와 내가 진심을 가지고 만나기 때문이지 ㅎㅎㅎ”
진심을 모든 막힌 담을 허물고 모든 다양성 속에서도 일치를 이룰 수 있는 키 워드인 것이다. 그 친구와 내가 진심을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서로 다른 길에 서 있으면서도 늘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큰 깨달음을 마음에 안고 숙소로 돌아왔다. 꼴배의 눈물과 진심에 대한 깨달음에 몸과 마음의 피곤은 다 사라지고 새벽녘까지 주일 통역과 설교를 준비할 수 있는 새 힘이 솟아 나왔다.
여러분을 섬기는 종 성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