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란 곳은 충청도 시골마을이다.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다닌 서천신흥
교회는 지금도 내 마음의 고향이다. 그곳은 서해안이어서인지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린다. 덕분에 거의 매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경험했다. 성탄절 이브에는 성도들과 초청된 이웃들
앞에서 성탄축하 행사를 멋지게 하고 집사님 권사님들이 맛있게 만들어 주시는
야참을 먹고 예배당 장작 난로 가에 앉아서 놀다보면 새벽 1시가 된다.


우리는 다시 2개의 조로 나누어 새벽송이라는 것을 출발한다. 동네 한가
운데 도착하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나 “기쁘다 구주 오셨네.” 등을 부르고
난 후에 동리의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눅 2: 10-11)을 크게 외친다.


그리고 우리는 성도들의 가정을 방문한다. 사립문 앞에 도착하면 대부분의
가정들이 잠을 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가 방의 불을 밝힌다. 우리가 새벽송을
부르고 복음을 선포하는 동안에 그들은 방에 둘러 앉아 손을 모으고 기도한다.
전등이 아닌 촛불이나 호롱불을 밝히고 기도하는 가정도 종종 있었는데
그러면 그들의 기도하는 모습이 창호지 문을 통해서 비취게 된다. 지금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보다 경건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을까?


가정 방문을 마치고 나면, 각 가정마다 과자나 사탕, 맛있는 떡이나 식혜
같은 음료를 제공한다. 제일 건강하고 힘센 친구가 선물 보따리를 짊어지고
다닌다. 선물이 쌓여갈 때마다 그 친구는 힘들겠지만 조원들의 마음은 풍성
해진다. 경건과 탐심이 함께 하는 묘한 순간이라고나 할까!!!


새벽송을 마칠 때가 되면 출발하면서 내리기 시작한 눈은 어느새 수북이
쌓여서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든다. 불빛이 없어도 밝은 세상이 된다. 그러면
성탄의 주인공인 예수님께서 온 세상을 이렇게 밝혀 주시고 온 세상을 이렇게
덮어 주신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깨닫는 시간이 된다.


나는 지금도 어린 시절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그립다. 금년 성탄에는
파리에도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여러분을 섬기는 종 성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