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역을 시작한지 1달 만에 결국 큰 일이 터지고 말았다. 남동생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부모님들께서는 선교의 길을 떠나 아들을 생각하여 장례를 마친 후에 소식을 전해 주셨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들으신 파송교회 김삼환 목사님께서 비행기에서 편지 한 장을 써서 보내주셔서 마음에 큰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홀로 있을 때면 슬픔과 절망으로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사망의 그림자가 엄습하고 있다는 생각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극복하는 길은 오직 기도 밖에 없었다. 그래서 동네 작은 예배당에 나가서 매일 기도로 주님께 매달리며 부르짖었고 그때마다 주님께서 내 마음을 만져주셔서 치유와 회복을 경험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매일 드리는 새벽기도회로 발전했다. 지금은 파리에 있는 6개의 한인교회가 파리 14구에 있는 프랑스 개신교회 예배당을 빌려서 연합 새벽기도회를 드리고 있다. 나는 1996년부터 지금까지 19년 동안 새벽기도를 드리게 되었고 그 새벽기도회를 통해서 큰 위로와 비전과 능력을 경험하고 있다. 새벽기도는 내 영성의 젖줄이 된 것이다. 고난과 아픔이 축복이 된 것이다.

 

이런 일들을 겪게 되면서 나는 참으로 하나님께서 나를 여기로 부르셨구나!”라는 확신과 더불어 설익은 곡식과 같은 나를 소제 제물로 받으시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뜨거운 불로 볶고 갈아서 고운 가루를 만들고 계시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프랑스 땅에서 감당해야 할 구체적인 사역이 무엇인지는 아직 불분명했지만 하나님이 나를 프랑스로 부르셨다는 사실에 대한 확신은 더욱 분명해졌다. 이렇게 해서 나는 프랑스 선교사로서의 삶을 출발하게 되었다. 참으로 갑작스럽고 예기치 못한 부르심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내 입장에서 갑작스럽고 예기치 못한 일이었지 주님께서 미리 예정하시고 진행하고 계셨음을 깨닫는다. 우리 부부가 연애하던 시절에 아내는 무지개 선교회라는 곳에 나가서 불어공부를 열심히 했고 나도 무질 없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몇 번 가끔 참석하곤 했었는데, 그 선교회가 지금의 불어권 선교회(대표 이몽식 목사)이다. 그분들이 우리 파송예배에 오셔서 격려했고 지금도 좋은 관계를 가지고 협력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로 가기로 결정된 후에 우리 부부가 프랑스에 있는 영혼들을 위해서 기도를 시작하면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고 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가 프랑스로 떠나기도 전에 성령께서 미리 기도로 준비시켜 주신 것이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못한 나 같은 부족한 사람을 선교사로 부르시어 이토록 영광스러운 길을 가게 하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