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환경에서 나는 교회개척과 한불선교협정과 유럽. 아프리카 불어권 선교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사역을 진행시켜 나갔다. 실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 걸렸다. 프랑스 생활 7년 만에 이루어진 교회개척은 11년이 지난 지금에야 겨우 기반을 갖추게 되었고, 한불선교협정은 시도한지 17년 만에 겨우 이루어졌으며, 유럽과 불어권 선교는 이제 발을 내딛고 있는 상태이다.
생각하면 속이 터진다. 다른 지역에서는 안식년 몇 번은 보내고 사역의 꽃이 피었을 텐데 나는 아직 안식년이나 안식월 한번 보내지 못하고 사역준비하고 기초 닦느라고 19년 걸린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배운 것이 있다. 기다림의 여유. 이것 하나 배우느라고 19년 걸린 것이다.
목회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인데 그것도 참 오래 걸린다. 변화된 줄 알았는데 어느 날에 보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있는 것이다. 그때마다 마음이
내려앉는다. 그래도 10년을 기다리니 가랑비에 속옷 젖듯이 변화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10년 세월에 교인들이 철이 든 것이다. 교인만 철든 것이 아니다.목회자인 나도 10년 세월동안 철이 들었다. 지금에 와서는 그때 왜 그렇게 했을까 후회막급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 이제는 서로 바라보고만 있어도 서로 마음을 알고 통할 정도가 되었으니 감사하다.
이제는 개똥 스트레스도 거의 없다. 땅을 보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개똥을 피해갈 수 있는 선수가 되었고, 어쩌다 개똥을 밟아도 왼쪽 발로 밟았는지
어느 쪽 발로 밟았는지를 살피면서 “왼쪽으로 밟았으니 오늘은 행운이 찾아 오겠구나!”라고 너스레를 떨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관공서와 기타 일들을
위해서 하염없이 기다리면서도 불평하지 않고 묵상과 독서를 즐기는 여유도 생겼고, 어떤 일이 지체되어도 기다리다가 때가 되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다림의 미학도 터득하게 되었다.
선교사로서의 18년, 디아스포라 한인교회 목회자로서 11년을 돌아보면서 나는 “내가 선교하고 교인들을 목회를 한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선교와 교회를 통해서 나를 만들어가셨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주님의 은혜와 성도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서 주님은 철부지 같은 나에게 “기다림의 여유”라는 놀라운 진리를 가르쳐 주셨다.
앞으로 남은 50대 60대에는 조급한 마음대신에 하나님에 대한 신뢰에 근거한 “기다림의 여유”를 가지고 즐겁게 사역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사역도 열심히 하고 더불어 이곳에서의 삶도 누리고 즐기면서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