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있는 개신교회들로부터 거절 편지만 받던 중에 16구에 있는 영국 성공회가 연락이 왔다. 그 교회는 다른 교회에 장소를 빌려주지 않는 교회였는데 마침 그 시기에 교회 재정이 부족하게 된 것이다. 하나님은 놀랍고 정확하셨다.예배 장소를 구하지 못하면 에펠탑 아래나 세느강 가에서 비 맞으면서 예배드릴 각오까지 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 마지막 순간에 응답하신 것이다.
영국성공회와 5년을 지내면서 200명 이상이 출석해서 장소가 비좁아 더 이상 머물 수 없게 되었다. 한 가지 더 큰 문제는 그 교회와 선교적 협력을 하고자 여러 번 시도 했으나 그들은 우리와 세입자 관계만을 원할 뿐 선교 협력 의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선교협력을 위해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프랑스 개혁교회를 놓고 기도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 교회는 한국교회를 받을 생각이 조금도 없는 교회였다. “한불선교협력을 통해서 프랑스. 유럽. 아프리카 불어권을 선교할 수 있는 이 교회를 허락해 주시옵소서!” 기도를 시작한지 얼마 후에 리용 지역에 있는 프랑스 개혁교회들이 교회 건축을 하다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나에게 한국교회를 연결해달라는 요청이 왔고 나는 마침 프랑스를 방문 중인 서울교회 이종윤 목사님과 그분들을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결국 이종윤 목사님과 새문안교회 이수영 목사님이 애쓰셔서 우리 교단 교회들이 재정지원을 하게 되어 교회 건축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런 도움에 감격한 프랑스 개혁교회 목사님들이 8구에 있는 프랑스 개혁교회에 연락하여 우리 교회가 그 교회에 들어가 함께 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그 교회가 바로 내가 오랫동안 기도해 왔던 그 교회이다. 감사하게도 이 교회 목사님은 선교협력을 간절히 바라는 교회였다. 이 교회에 들어가자마자 우리는깔뱅 탄생 500주년 행사, 한불공동예배, 사회봉사사역 등을 다양한 일을 함께 하게 되었고 이런 두 교회간의 다양한 협력이 프랑스 개혁교회에 알려지면서 우리 교단과 프랑스개혁교단간의 선교협력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파리선한교회 목회의 지난 11년을 돌아보면서 나는 세 가지를 깨달았다.
첫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며 하나님의 계획대로만 된다.
둘째, 하나님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로 잰 듯이 인도하신다.
셋째, 하나님은 나와 우리 교회를 늘 벼랑 끝에 세우시고 거기서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도록 하셨다.
파리선한장로교회를 개척하고 사역하면서 나는 벼랑 끝에 서서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것을 배웠다.
벼랑 끝에 설 수 있는 용기를 가르쳐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