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우리 교회는 이야기꽃이 피어오르는 정자나무 교회이다. 내가 태어 나고 자란 고향은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넓은 들판이 펼쳐진 시골마을이었다.그 동네 앞에는 500년이 넘었다고 하는 정자나무가 있었고 그곳은 동네 어른들과 아이들, 마을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쉼터였다. 누구든지 그곳에 앉아 잠시 쉬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고 언제든지 그곳을 떠나 자신만의 목적지로 향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 정자나무 아래에 가면 사람 사는 이야기가 넘쳐났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부터 아낙네들의 입담과 아이들의 조잘거림이 가득했다. 나무 그늘 아래 잠시 누어 몸의 피로감을 회복하는 이들도 있었다.내 마음속에는 늘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 정자나무의 추억이 자리 잡고 있다. 눈을 조용히 감으면 그 장면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나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면서 우리 파리선한장로교회의 이미지를 “이야기가 있는 정자나무 교회”로 정했다. 정자나무는 우리를 위해서 주님이 달리셨던 십자가 나무이고, 그 아래서 모인 성도들은 하나님 나라 이야기, 복음 이야기, 하나님 만난 이야기, 인생의 희로애락 이야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주고 받는다. 십자가 나무는 막힘이 없다. 누구나 들어 올 수 있고, 언제든지 자기 길을 가기 위해서 떠날 수 있다. 가끔 올 수도 있고 매일 출근하듯이 올 수도있다. 그 아래서 하늘과 땅이 소통하고,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고, 세상과 교회가 소통한다. 그 곳에 오면 구원을 경험하고 치유와 회복을 경험한다. 삶을 나눈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각자에게 주신 사명의 길을 떠나면 되는 것이다.
이런 목회관과 교회관은 나로 하여금 디아스포라 한인교회 목회자들이 경험하게 되는 고민과 아픔을 극복하게 만들었고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지금 여기서” 기쁨으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감사한 것은 최근에 정착하는 성도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프랑스인들과 결혼한 국제결혼
가정이 늘어나고 프랑스 현지인들도 교인이 되어 활동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님이 우리 교회에 주신 격려의 선물이다.
그러고 나니 내 마음에 행복과 보람이 찾아왔다. 내 마음이 행복하고 보람이 있으니 교회 분위기도 즐겁고 교인들도 기쁨과 평안을 누린다. 주일예배를 통해서 감격스런 하나님 나라 이야기를 들을 교인들은 예배 후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프랑스교회를 빌려서 사용하다보니 공간사용과 시간이 제한되어 있지만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길에 서서 이야기하고 카페로 몰려가서 이야기하면 된다. “이제 집에 가자”고 가야지 해놓고 문 앞에서 서서 한 시간이 더 이야기한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하나님 나라가 무럭무럭 자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