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에 나는 드디어 이상한 짓을 하고 말았다. 초등학생인 아들 은석이를 학교에 픽업하는 일을 위해서 먼저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꺼내서 뒷문에 대기했다가 태우고 학교까지 가야 했다. 그 날도 같은 마음으로 차를 몰았다. 한참 몰고 학교로 가다가 생각했다. “내가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인가? 은석이 학교? 그런데 은석이는 어디 있는가? 으으윽” 거의 학교 앞에 가까이 왔을때 깨달은 것이다. 은석이를 태우지 않고 혼자 온 열심히 달려 온 것이다.


지난밤에 교회에 대한 생각, 해결해야 할 문제들, 영어와 불어, 써야할 글들, 대외 관계들을 생각하며 시름하다가 잠을 설쳤는데, 아침에도 그 연속 선상에서 그런 일들만 골똘히 생각하다가 그만 그런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한 것이다.


나는 급히 차를 돌려 집으로 왔다. 거의 카레이서 수준으로. 아들이 학교를 늦어서는 안 된다는 일념으로 달려서 겨우 문 닫기 전에 내려 주었다. 그 학교 교장선생님이 얼마나 깐깐한지 늦으면 소리치며 혼내고 반에서는 벌점도 주는 바람에 더욱 긴장한 것이다.


한숨을 돌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너무 어떤 생각에 깊이 빠지는 경향이 있다. 뭐든지 편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자. 혹시 나는 내 인생을 이런 식으로 사는 것은 아닌가? 아무 생각 없이 본능과 습성을 따라 가다가 “내가 왜 여기에 있지?” 하면서 화들짝 놀라고 당황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나이가 들어가는 티내는 것은 아닌가?(약 간 멜랑꼴리한 기분) 정신 바짝 차리고 주님이 명하신 길을 마지막까지 잘 달려가야지!


나는 그날 시내에서 지켜야 할 제한 속도, 신호등과 같은 교통법규를 어겼고, 새치기 비슷한 것을 저지르고 말았다. 잠시 정신 차리지 않고 무작정 달려간 결과이다. 아들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지 말고 정신 못 차리고 달려가 나 자신에게 마음의 채찍을 들어야겠다. 그리고 혹시 몰래 카메라에 찍혀서 벌금 딱지라도 날라 오면 억울해 하지 말고 감사히 받아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