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서 만난 한 분이 내 나이가 40대 초반으로 보인다고 했다. 50살이 넘었다고 했더니 “피부 관리를 열심히 하셨나봐요!”라고 한다. 접대용 멘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기분이 좋았다. 이런 말에 기분 좋은 것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일 게다.
사실 나는 특별히 피부 관리를 한 적은 없다. 아마도 신앙생활과 나의 타고난 동안(童顔)이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젊은시절에는 좀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이 부러웠는데 이제는 타고난 내 동안(童顔)도 좋을 때가 있다는 생각을 하며 감사했다. 사람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얼굴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나이 중년이 되면 자기가 만든 얼굴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지금까지 나는 타고난 얼굴로 살아왔다면 중년의 문턱을 넘어선 나는 이제부터 나만의 얼굴을 만들며 그 얼굴을 책임지며 살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얼굴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에서 성행하는 성형수술을 해서 젊음을 유지해야 하나? 요즘 한국에서는 “어버이 날 낳으시고 성형외과 원장님은 날 만드시고!”라고 할 정도로 성형이 유행이다. 나는 인위적인 것 보다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한다.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마음을 하나님의 말씀과 주님의 보혈로 깨끗하고 성령의 생명의 법으로 생(生)하게 하여 그것이 얼굴로 나오게 하는 자연스러운 방식이 좋다.
한방에서는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의 건강상태와 내면의 상태를 파악한다고 한다. 얼굴의 각 기관들이 오장육부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령 우리의 눈은 간, 코는 폐, 혀는 신장, 귀는 심장과 연관 되어서 각 기관의 건강상태가얼굴로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또한 우리의 영적 상태, 마음의 상태, 심지어는 품은 생각까지도 얼굴에 나타난다. 마음이 정결하면 얼굴도 정결해지고, 마음이 건강하고 생기가 있으면 얼굴도 그리되고, 마음이 어두우면 얼굴도 어둡고 마음이 악하고 거짓되면 얼굴도 어둡게 변한다. 우리말의 “얼굴”은 마음을 뜻하는 “얼”과 틀을 말하는 “꼴”이라는 두 단어가 합성되어 이루어진다. 우리 민족의 지혜가 담긴 멋진 철학적 단어이다.
이런 얼굴을 유지관리하기 위해서는 역시 운동과 마음관리뿐이다. 그 동안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있었으나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못한 상태다. 길에서지나치며 만난 나그네의 멘트를 기회삼아 몸과 마음을 관리하여 중년의 내 얼굴을 책임지는 일에 힘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