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파리에 오면서부터 근 20년간 나는 매일 집에서 근무를 해왔다. 그 전에는 서울에 있는 명성교회에서 전임전도사로 근무하면서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쉴 사이 없이 일하다가 파리에 와서는 일이 있을 때만 밖에 나가고 대부분의 업무를 집에서 처리해왔다. 교회를 개척한 후에는 마땅히 성경공부와 제자훈련을 할 장소가 없어서 사택에서 그 일을 수년간 진행했다.
처음에는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여유롭게 느껴지기도 해서 좋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공과 사가 구분되지 않고, 업무에 집중할 수 없고, 중요하지 않은 일로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또 남자가 아침에 일어나 가방 들고 나가서 열심히 일하고 저녁에 들어와야 환영받는 법인데 밤낮으로 집에 머물러 있자니 눈치도 보였다.
해서 나는 심방을 가거나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나가거나 설교준비와 독서를 카페에 가서 하는 것으로 돌파구를 찾곤 했다. 그러나 그것도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늘 “나도 출근하고 싶다. 한국에서 교회를 섬길 때 처럼 교회에서 하루 종일 지내고 성도들을 만나고 일을 하면서 일상을 보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고, 그 일로 주님께 기도를 드리곤 했다. “주님, 제 인생은 자꾸만 흘러가는데, 교회로 출근해서 주님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프랑스 교회 예배당 사용의 어려움으로 인해서 급히 마련한 교육관에 허름한 창고를 개조해서 작은 사무실 하나를 마련했다. 그것은 나에게 큰 축복 이었다. 출근해서 업무를 보고, 말씀을 준비하고,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지난주부터 오전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일을 시작했다. 도착해서 기도와 찬양을 올리고, 성경을 읽고, 기타 업무들을 처리하다보면 저녁
이다. 창문이 없으니 하루가 흘러가는 것을 인식할 여지가 없고 홀로 있으니 집중력이 생겨서 하루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지하철을 타고 오고가며 길을 걷는 것이 참 좋다. 생각할 수 있고, 그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다. 걸으니 인생이 앞으로 나가는 것 같아서 좋고
활력이 솟아오른다. 참으로 오랜만에 누리는 출근의 기쁨이 평생 계속되었으면 좋겠다.